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전입신고·확정일자가 지키는 보증금
보증금을 지키는 힘은 계약서가 아니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그리고 그 효력이 발생하는 시각에서 나옵니다. 같은 날 신고를 마쳐도 임대인의 대출이 한발 앞설 수 있는 이유와, 이사를 가도 순위를 유지하는 방법까지 짚어 봅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5-31
대항력: 입주 더하기 전입신고, 그리고 다음 날 0시
대항력은 임차인이 집주인이 바뀌어도 '나는 계약기간 동안 여기 살 권리가 있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고 새 소유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힘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이 힘이 생기는 조건으로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하나는 주택의 인도, 즉 실제로 짐을 들이고 들어가 사는 점유입니다. 다른 하나는 전입신고를 통한 주민등록입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효력 발생 시각입니다. 두 요건을 모두 갖추면 대항력은 그 다음 날 오전 0시부터 생깁니다. 오늘 이사하고 오늘 전입신고를 마쳤다면, 효력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 0시입니다. 신고를 한 시각이 오전이든 오후든 상관없이 그 날 안에는 효력이 없고, 자정을 넘겨야 비로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대항력은 한 번 갖추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해야 합니다. 점유와 주민등록을 둘 다 계속 갖추고 있어야 효력이 이어집니다. 잠깐 다른 곳으로 주소를 옮기거나, 짐을 빼고 사실상 비워 두면 그 사이 대항력이 끊길 수 있습니다. 가족 일부만 남기고 세대주가 주소를 옮기는 경우에도 다툼의 소지가 생기므로, 계약기간 중에는 주소와 점유를 그대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우선변제권: 확정일자가 더해질 때 생기는 순위
대항력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있습니다.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 매각대금을 채권자들이 나눠 가질 때, 임차인이 그 돈에서 보증금을 받으려면 '순위'가 필요합니다. 이 순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변제권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에 따라, 대항요건(입주와 전입신고)에 더해 임대차계약증서에 확정일자를 받으면, 임차인은 그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후순위 권리자나 일반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변제받습니다.
효력 시점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입주·전입신고를 마친 당일 또는 그 전에 이미 확정일자까지 받아 두었다면, 우선변제권도 대항력과 같이 다음 날 오전 0시부터 생깁니다. 반대로 대항요건을 먼저 갖춘 뒤 며칠 지나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우선변제권은 그 확정일자를 받은 날에 생깁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사·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같은 날 함께 처리하라고 권합니다. 하루라도 늦으면 그 사이에 끼어든 근저당에 순위가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잔금 당일 근저당이 앞서는 이유와 막는 법
전세사기·깡통전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함정이 바로 0시 효력의 시차입니다.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임차인이 잔금을 치르고 그 날 입주와 전입신고를 마칩니다. 그런데 같은 날 임대인이 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근저당권을 설정합니다. 등기로 설정되는 근저당권은 설정한 그 날 효력이 생깁니다. 반면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다음 날 0시에야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날 일어난 일인데도, 근저당이 임차인보다 한 칸 앞 순위를 차지합니다.
예를 들어 5월 31일에 잔금을 내고 입주·전입신고·확정일자를 모두 마쳤다고 해도, 임차인의 효력은 6월 1일 0시입니다. 임대인이 5월 31일 낮에 근저당을 설정했다면 그 근저당이 선순위가 되고, 나중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은행이 먼저 배당을 받은 뒤 남는 돈에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게 됩니다. 보증금이 클수록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커집니다.
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서에 특약을 넣습니다. '잔금일 다음 날까지 임대인은 새로운 근저당 설정 등 권리변동을 하지 않으며, 이를 어기면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입니다. 둘째, 잔금을 치르는 당일과 그 다음 날 오전, 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을 다시 발급받아 잔금 전후로 새 근저당이 들어왔는지 확인합니다. 계약 전 점검은 임대차 계약 전 확인사항에서, 위험 신호를 빠르게 가늠하려면 전세 위험 체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 받는 곳과 전입신고 방법
확정일자는 '이 계약서가 그 날짜에 존재했다'는 것을 공적으로 확인받는 절차입니다. 받을 수 있는 곳은 세 갈래입니다. 가까운 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에 임대차계약서 원본을 들고 가면 그 자리에서 확정일자 도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계약서를 전자적으로 제출하고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등기소(법원)에서도 가능합니다.
전입신고는 이사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하지만, 보증금 보호 관점에서는 가능한 한 이사 당일에 마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까운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정부24 누리집·앱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사 당일 주민센터에 들러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이 가장 깔끔합니다. 한 곳에서 대항요건과 우선변제권 요건을 같은 날 동시에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전월세신고제(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의 계도기간이 2025년 5월 31일로 끝나, 2025년 6월 1일 이후 체결하는 계약부터는 30일 이내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신고 대상은 보증금 6천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입니다. 이 임대차 신고를 접수하면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되는 효과가 있어, 신고와 확정일자를 따로 챙기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다만 제도는 바뀔 수 있으니 신고·계약 시점에 관할 창구에서 다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지역별 기준 금액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인 임차인은 '소액임차인'으로서 특별한 보호를 받습니다. 경매가 진행될 때, 확정일자가 없거나 순위가 뒤처져 있어도 보증금 중 법이 정한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가장 먼저 변제받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경매신청 등기 전에 입주와 전입신고(대항요건)를 마쳐야 하고, 배당요구 종기까지 법원에 배당요구를 해야 합니다. 확정일자 자체는 최우선변제의 요건이 아닙니다.
| 지역 | 보증금 범위(이하) | 최우선변제 금액(이하) |
|---|---|---|
| 서울특별시 | 1억6,500만원 | 5,500만원 |
|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세종·용인·화성·김포 | 1억4,500만원 | 4,800만원 |
| 광역시 등(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 포함) | 8,500만원 | 2,800만원 |
| 그 밖의 지역 | 7,500만원 | 2,500만원 |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10조·제11조, 2023-02-21 개정·시행 기준. 광역시 등은 과밀억제권역·군지역 제외.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법제처).
이 표에는 함정이 두 개 있습니다. 첫째, 적용 기준일입니다. 어느 금액표를 적용할지는 임차인의 전입일이 아니라 그 집에 가장 먼저 설정된 담보물권(근저당권 등)의 설정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오래전 근저당이 잡혀 있는 집이라면 위 2023년 개정 금액이 아니라 더 낮은 옛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둘째, 총액 한도입니다. 시행령 제10조 제2항에 따라 최우선변제금의 합계는 주택가액(대지 가액 포함)의 2분의 1을 넘지 못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서울의 어느 주택이 경매로 1억원에 팔렸고, 보증금 1억원짜리 소액임차인 한 명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서울 기준 최우선변제 금액은 5,500만원이지만, 주택가액의 2분의 1인 5천만원이 한도이므로 실제로는 5천만원까지만 가장 먼저 받습니다. 나머지는 우선변제권 순위에 따라 배당에 참여하게 됩니다. 한 집에 소액임차인이 여러 명이고 그 합계가 주택가액의 2분의 1을 넘으면, 각자의 일정액 비율로 나눠 변제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과 임대인 미납국세 열람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사정상 먼저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짐을 빼고 주소를 옮기면 점유와 주민등록이 끊겨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게 됩니다. 이때 쓰는 장치가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따라, 임대차가 끝난 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차주택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 법원에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면 그 뒤 이사를 가거나 전입을 옮겨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2023년 개정으로 보호가 한 단계 강화됐습니다. 2023년 7월 19일 시행분부터는 임대인에게 결정이 송달되기 전이라도 임차권등기를 촉탁해 등기가 되면 효력이 생깁니다. 임대인이 일부러 서류 송달을 피하며 시간을 끌어 임차인 보호가 늦어지던 문제를 보완한 것입니다. 다만 임차권등기가 끝나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 미리 이사부터 하면 보호 공백이 생길 수 있으니,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짐을 옮기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계약 전 단계에서 임대인의 빚을 확인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등기부에 드러나는 근저당·압류와 달리,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하면 그 미납국세가 임차인보다 앞서 배당되는 경우가 있어 보증금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2023년 4월 3일부터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 보증금 1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국 어느 세무서에서나 임대인의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계약 체결 전(임차예정자) 단계에서는 임대인 동의가 필요하지만, 계약 후에는 임대차 기간이 시작되는 날까지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습니다. 동의 없이 열람하면 그 사실이 임대인에게 통보됩니다.
소액임차인 기준 금액이나 미납국세 열람 요건 같은 항목은 정책 변동이 잦은 편입니다. 위 수치는 2023년부터 2026년 사이의 시행 기준이며, 실제 신청이나 계약 시점에는 국가법령정보센터·국세청 등 공식 창구에서 현행 기준을 한 번 더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은 도구와 가이드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전세 위험 체크로 등기부상 선순위 채권과 전세가율을 먼저 가늠해 보고, 임대차 계약 전 확인사항에서 특약과 등기 확인 순서를 점검해 두면 0시 효력의 함정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깡통전세·전세사기의 전형적인 수법과 신호는 전세사기 유형과 대처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최우선변제만으로 보증금 전액을 지키기 어려운 구간이라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으로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보호 장치는 하나에만 기대지 말고, 순위 확보와 보증을 겹겹이 쌓아 두는 편이 사고 발생 시 회수 가능성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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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이사 당일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모두 받으면 그 날부터 보호되나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효력은 신고한 그 날이 아니라 다음 날 오전 0시에 생깁니다. 같은 날 임대인이 근저당을 설정하면 등기는 당일 효력이라 임차인보다 앞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잔금 당일과 다음 날 오전에 등기부를 다시 확인하고, 권리변동 금지 특약을 넣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확정일자만 받으면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우선변제권은 입주(점유)와 전입신고라는 대항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확정일자가 더해질 때 비로소 생깁니다. 확정일자만 있고 실제 거주·전입신고가 없으면 순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세 가지를 같은 날 함께 갖추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소액임차인이면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나요?+
전부가 아니라 지역별로 법이 정한 일정액만 가장 먼저 받습니다. 2023년 2월 21일 기준으로 서울은 보증금 1억6,500만원 이하일 때 5,500만원까지입니다. 게다가 최우선변제금 총액은 주택가액(대지 포함)의 2분의 1이 한도여서, 낙찰가가 낮으면 그 법정 금액조차 다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았는데 이사를 가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됩니다. 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에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고,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면 이사를 가거나 주소를 옮겨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에 짐을 옮기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을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2023년 4월 3일부터 보증금 1천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의 임차인은 임대인 동의 없이 전국 세무서에서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는 임대인 동의가 필요하지만, 계약 후에는 임대차 기간 시작일까지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열람 사실이 임대인에게 통보됩니다.
참고한 공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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